날짜: 2022-11-11 조회 수: 35
폴롯엑에서 보낸 추수감사절
북미의 추수감사절은 한국보다 조금 빠릅니다. 이곳에서는 추수감사절이 10월 둘째 주에 있습니다.
이곳 믹맥 부족에게 일어났던 일은 아니지만, 역사속에서 일어났던 추수감사절에 발생한 원주민 학살 사건 때문에
추수감사절을 감사절이 아니라 ‘애도의 날’(National day of Mourning)로 기억하며 푸념하는 원주민들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제 기억속에도 추수감사절을 기념하는 원주민들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성탄절에는(할로윈은 더욱) 화려하게 장식하고 특별한 휴일처럼 즐기는 원주민들도 많은데,
추수감사절을 기념하는 원주민들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반면 술이나 약에 취하여 “애도의 날이야!”라고 한탄하는 원주민들은 여러 번 보았습니다.
폴롯엑 보호구역은 특별히 폐쇄적인 보호구역인데, 이런 추수감사절을 폴롯엑 보호구역에서 ‘미용 선교’하며 보냈습니다.
이전에 했었던 미용 선교, 페인트 선교, 성경 학교, 무료 바자회 등은 모두 에스카소니 보호구역에서 했던 활동이었습니다.
‘폴롯엑 보호구역 밴드 오피스’에서 공식적으로 활동을 허락한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오직 ‘악기교실’(찬양 악기 교실)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미용 봉사’를 허락해 주었습니다. 한 번 이렇게 허락을 해 주면 특별히 금지하지 않을 때까지
앞으로도 계속 폴롯엑 보호구역 안에서 ‘미용 선교’를 할 수 있습니다. 미용 선교를 하며 보낼 수 있어서 어느 때보다도 더 감사한 추수감사절이었습니다.
수고해주신 정소영&이선호 집사님께 감사하고, 이런 모든 선교활동이 가능하도록 헌금과 기도로 지원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스도인의 감사란
특별히 감사절에는 이렇게 고백하시는 분들을 가끔 만나게 됩니다.
“예수 믿어도 별로 받은 것 없는 것 같구, 뭐 감사할 것이 있어야 감사하죠”,
“물질이나 건강면에서 특별히 감사할 일도 없고, 딱히 다른 크게 기뻐하며 웃을 일도 없고…”,
“내가 원하는데로 되어야, 아니 적어도 80%는 내가 원하는 데로 되어야 마음 시원하게 웃으면서 감사하죠”
그러나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감사는 이런 감사가 아닙니다.
아내가 사랑하는 남편과 자식들을 위해서 헌신하지만, 남편과 자식들로부터 인정을 못 받은 일은 참으로 가슴 아픈 일입니다.
남편이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들을 위해서 헌신하지만, 아내와 자식들로부터 인정을 못 받은 일은 참으로 가슴 아픈 일입니다.
목회자가 사랑하는 교인들을 위해서 헌신하지만, 교인들로부터 인정을 못 받는 일은 참으로 가슴 아픈 일입니다.
그런데 바울 사도가 이런 가슴 아픈 일을 경험했습니다. 열심히 고린도 교회 교인들을 위하여 기도하고 헌신했지만,
일부 고린도 교회 교인들이 바울을 비방하고, 무시하고, 사도의 권위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바울은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내가 너희를 위하여 항상 하나님께 감사한다”(고전 1:4).
저는 이 구절을 읽을 때마다 눈물이 납니다. 왜냐하면 바울 사도가 이 ‘감사의 고백’을 할 때,
웃으면서 한 것이 아니라 눈물을 흘리면서 고백했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바울의 삶은 가난하고, 배 고프고, 질병도 있었으며, 수고하는 삶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주를 위해 순교했습니다.
“감사할 게 있어야 감사하지, 웃을 일이 있어야 감사하지!”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세상에서 가장 감사할 것이 없는 사람이 바울이었습니다.
그러나 바울은 범사에 감사했습니다(살전 5:18). 이유는 그냥 하나님(예수님) 한 분만으로 충분했기 때문입니다.
그냥 하나님이 나의 하나님이신 것, 내가 주의 자녀 된 것, 내가 예수님의 종 된 것에 감사했기 때문입니다.
다윗은 지금까지도 ‘이스라엘 역사 속의 최고의 왕’으로 뽑힙니다. 최고의 왕이었던 다윗이 태평하게 호의호식만 하고 살았던 것은 아닙니다.
다윗은 어려서부터 목동 생활을 했고, 골리앗과 싸웠고, 사울과 그의 군대로부터 목숨을 건지기 위해 참혹한 도피 생활을 했습니다.
목숨을 건지기 위해 블레셋 땅으로 도망쳤다가, 미친 사람 흉내를 내고 겨우 빠져나온 다윗이 이렇게 감사하며 고백했습니다,
“젊은 사자는 궁핍하여 주릴지라도 여호와를 찾는 자는 모든 좋은 것에 부족함이 없으리로다”(시 34:10).
제 생각에는 다윗이 이 고백을 할 때 눈물을 흘리면서 고백했을 것 같습니다.
다윗은 전쟁하고 또 전쟁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급기야 아들 압살롬이 아버지에게 반란을 일으키고,
다윗은 목숨을 건지기 위하여 아들로부터 도망가는 일도 겪었습니다.
‘설마 아들(압살롬)이 아버지(다윗)를 죽이겠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때 사건의 배경은 둘 중 한 명이 죽어야 끝나는 싸움이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다윗 왕의 간곡한 부탁에도 불구하고 압살롬은 죽음을 피하지 못합니다.
‘죽이려고 달려드는 아들을 피하여 도망치는 아버지의 마음’ 이보다 더 슬픈 마음이 세상에 있을까요?
그러나 다윗은 이런 일들을 경험하고도 하나님께 감사하며 고백했습니다.
“주께서 내 마음에 두신 기쁨은 그들의 곡식과 새 포도주가 풍성할 때보다 더하니이다 내가 평안히 눕고 자기도 하리니 나를 안전히 살게 하시는 이는 오직 여호와이시니이다”(시 4:7~8).
제 생각에는 다윗이 이 고백을 할 때 웃으면서 고백한 것이 아니라, 울면서 고백했을 것 같습니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시편 23편은 다윗의 삶과 마음을 가장 잘 나타내는 대표적인 다윗의 고백입니다. 제 생각에는 다윗이 이 모든 고백들을 할 때 자기가 원하는데로(적어도 80% 이상) 채워져서, 마음 시원해하며 이러한 고백들을 했을 것 같지 않습니다. 울면서 이런 감사의 고백들을 했을 것 같습니다.
다음은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했던 삼중고의 여인 헬렌 켈러가 쓴 수필 ‘내가 만일 3일만 볼 수 있다면’(Three days to see)을 요약한 내용입니다.
내가 만일 3일만 볼 수 있다면, 나는 첫째 날에 ‘나에게 인생의 가치를 일깨워 준 사람들’을 보고 싶다. 누구보다 먼저 나의 스승 앤 설리번의 얼굴을 오랫동안 지켜보고 싶다. 그리고 친구들의 얼굴, 아기의 순결한 얼굴도 보고 싶다. 그리고 오후가 되면 숲속을 거닐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싶다. 그리고 저녁이 되면 불타는 저녁노을을 기도하며 지켜보고 싶다.
둘째 날, 새벽 여명과 함께 일어나 밤이 낮으로 바뀌며 지구가 깨어나는 그 경이로움을 지켜 보고 싶다. 나는 이날 뉴욕 자연 박물관을 꼭 방문할 것이다.
마지막 셋째 날에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 거리의 풍경, 강이 흐르는 모습, 보트가 떠내려 가는 모습, 외국 문물이 숨쉬는 곳들을 보면서 사람들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느끼고 싶다. 그리고 나의 마지막 밤이 문을 닫을때 나는 이 3일 동안 보았던 모든 기억들을 소중히 간직하며, 볼 수 있는 3일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할 것이다.”
친구들의 얼굴을 보는 것, 숲속을 거닐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 거리의 풍경과 강이 흐르는 모습을 보는 것… 다 우리가 날마다 누리며 사는 일들 아닙니까?
“무슨 근거로 헬렌 켈러가 참된 그리스도인입니까?”라고 물을 사람이 있을까요? 아무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녀가 참된 그리스도인이라는 것이 너무나도 명백하기 때문입니다. 그 명백함의 근거는 무엇일까요? 바로 ‘하나님을 향한 감사’입니다.
하나님을 행복하게 해 드리는 ‘감사’
아직도 제 기억 속에 생생하게 기억되는 일이 있습니다. 저의 아들 이다윗이 유치원에 처음 들어갔을 때의 일입니다.
저는 유치원에서 돌아온 다윗을 위하여 간식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간식을 준비하다 돌아봤는데 다윗이 보이질 않았습니다.
저는 깜짝 놀라서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며 다윗을 찾았습니다. 다윗이 한쪽 구석에서 벽면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이가 혼잣말을 하는 모습에 너무 놀라서 조용히 다가가 무슨 말을 하는 지를 뒤에서 들어보았습니다.
다윗은 벽을 향하여 여러가지 어조로 “엄마? 엄마! 엄마. 엄마~”라고 부르고 있었습니다.
유치원에서 만나 다른 아이들처럼 ‘엄마’라는 말을 불러보고 싶었나 봅니다.
‘세상에 “엄마!”라고 불러보는 것이 소원인 아이도 있구나. 그리고 그 아이가 내 아이구나’라는 생각에 하루 종일 마음이 아팠습니다.
밤이 되고, 저와 다윗은 자려고 침대에 누웠습니다.
벽면을 보고 누웠던 다윗이 갑자기 저를 향하여 몸을 돌리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빠, 고마워!”
제가 다윗에게 물었습니다, “뭐가?”
다윗이 저에게 말했습니다, “아빠 아니었으면 나도 이 세상에 없잖아”
이 말이 지금까지 다윗을 키우면서 ‘다윗으로부터 들었던 가장 행복했던 말’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루 종일 아팠던 마음이 갑자기 치유되고, 행복한 감정이 저의 마음을 가득 채워졌습니다.
제 생각에는 우리가 “하늘 아버지, 저에게 생명을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고백하는 것만으로도 하나님을 행복하게 해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생명주셔서 감사하고, 이 세상에서 생명을 주셨으니 천국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감사하고, 영원한 천국에서 하나님과 함께 살게 하시니 얼마나 감사합니까!
범사에 더 감사하길 원합니다. 그런 목회자가 되도록 기도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선교편지를 보시며 기도해주시는 여러분들의 삶속에도 감사가 끊이지 않도록 저도 기도하겠습니다.
케이프 브레튼 섬에서
이근권 목사 드림
이근권 목사는 감리교신학대학과 대학원 졸업,
성육보육원 담임, 에스카소니 선교, (일산)제자교회를 담임하였고,
현재는 에스카소니 & 폴롯엣 보호구역 원주민들과
케이프브레튼한인교회를 섬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