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2023-03-03 조회 수: 54
저는 약 3주 동안 조금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에게 영적 침체가 찾아왔기 때문입니다.
먼저, 말씀을 묵상할 의욕이 사라졌습니다. 저는 오래 전부터 하나님께 약속드린 것이 있습니다.
바로 하루에 10분의 1(2시간 40분 이상)을 말씀 묵상과 기도로 하나님께 드리는 것입니다. 저는 이것을 ‘내 삶의 십일조’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런데 몇 주 동안 ‘내 삶의 십일조’를 하나님께 거의 드리지 못했습니다.
기도할 의욕도 없어졌습니다. 선교 활동에 대한 의욕도 없어졌습니다.
선교지로 들어가는 발걸음이 어느 때보다도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기쁨과 사명감 없이 오직 의무감으로 보호구역을 드나들었습니다.
큰 소리로 전하든지 작은 소리로 전하든지, 설교자가 말씀을 전할 때에는 영권(spiritual power)에 사로잡혀야만 합니다.
그러나 설교를 하면서도 저의 머릿속은 하얗게 안개가 낀 것만 같았습니다. 전하는 말씀의 대부분이 다시 저에게 튕겨져 돌아오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설교를 하고 난 후에는 ‘하나님께 죄송한 마음’, ‘교인들에게 미안함 마음’, 그리고 ‘제 자신에 대한 자괴감’으로 몇 칠 동안 마음이 몹시 무거웠습니다.
이런 일이 몇 주 동안 지속되었습니다.
‘왜 이렇게 모든 것에 의욕이 사라졌을까?’ 이 이유를 찾으려고 해도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특별한 환경의 변화도 없었습니다. 모든 것은 그대로였습니다. 단지 모든 것에 대한 저의 의욕만 사라졌습니다.
‘왜 말씀과 기도에 대한 의욕까지 나에게서 사라졌을까?’ 그 원인을 찾아내려 노력하다가, 제가 사용한 인터넷 기록을 열어보았습니다.
대부분의 내용이 다음과 같았습니다.
“1000만원을 줘도 아깝지 않다는 레전드 강의”
“외로움을 즐기는 3가지 방법”
“그릇이 큰 사람과 작은 사람의 결정적 차이”
“나와 안 맞는 사람 때문에 괴롭다면 이렇게 해 보세요” ….
말씀과 기도하는 시간을 세상의 명강사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세상이 좋다고 평가하는 명강의들을 듣고 또 들어도, 저의 마음속에는 공허함만 점점 커져갔습니다.
제가 사용한 인터넷 기록에는 ‘인터넷 뉴스’를 본 기록도 많았습니다. 뉴스를 열어보고 또 열어보고, 비슷한 뉴스임에도 불구하고 반복해서 열어본 기록이 있었습니다.
사실, 세상의 뉴스를 보는 것과 세상의 강의들을 듣는 것이 죄는 아닙니다. 다 알아야 할 뉴스들이고, 다 좋은 내용의 강의들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하나님과 약속한 시간을 이런 영상물들에게 빼앗겼다는 것입니다.
하루는 유튜브에서 옛날 학창시절에 듣던 유행가를 들었습니다. 그 곡을 들으며 ‘옛날에 친구들과 모여 이 노래를 들었었지’하며 어린 시절의 추억을 회상했습니다.
그런데 딱 한 번 들은 유행가가 하루 종일 제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제발 이제 그만 생각났으면 좋겠네’라는 생각이 드는데도, 그 유행가가 제 머릿속에 달라붙어 떨어지질 않았습니다.
제 자신이 ‘이것은 좀 문제가 있어’라고 느끼고 있는데도, 한 번 달라붙은 세상의 재미와 습관을 떨쳐버리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이러다 안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확한 해결 방법은 모르겠지만, 무조건 하나님과 약속한 시간에는 하나님 앞에 나아와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있기로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과 약속한 시간 동안에는 억지로라도 소리내어 말씀을 읽고, 억지로라도 소리내어 영적인 책들을 읽고, 억지로라도 소리내어 기도하였습니다.
처음에는 머릿속에 안개가 가득 낀 것 같이 집중이 잘 안 되었지만, 아주 조금씩 말씀속에서 다시 성령의 감동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저에게는 오랫동안 이어오던 개인적인 ‘묵상 방법’이 있습니다.
(1) 먼저 성경을 읽고, (2) 그 다음에는 읽은 말씀을 묵상하고, (3) 그 다음에는 성령 충만한 설교자가 전한 똑같은 본문의 설교를 묵상하는 것입니다.
어느 날, 시편 119편을 읽고 묵상한 후, 다시 성령충만한 목회자(토마스 왓슨)의 119편 설교 말씀을 묵상하고 있었습니다.
토마스 목사님의 설교는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참된 하나님의 사람은 늘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고, 그분의 말씀으로 인하여 즐거워합니다.
참된 하나님의 사람은 육신의 감각이나 감정보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영감을 통해 즐거움을 얻습니다. 즉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 즐거움을 얻습니다.
이와 같이 여호와의 말씀으로 인하여 즐거워하는 것은 내가 참된 그리스도인이라는 사실의 표증입니다.
왜냐하면 가짜 그리스도인들은 절대로 하나님의 말씀에서 기쁨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말씀을 통하여 얻는 감동과 기쁨은 온전히 성령의 역사이며, 하나님께서 내려주시는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다윗은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주의 입의 법이 내게는 천천 금은보다 좋으니이다”(시 119:72). 다윗은 수많은 재물보다 하나님의 말씀을 더 기뻐했습니다.
돈을 사랑하는 사람은 돈 안에 머물 때 행복해합니다. 쾌락을 사랑하는 사람은 쾌락 안에 머물 때 행복해합니다.
권력을 사랑하는 사람은 권력 안에 머물 때 행복해합니다. 참된 하나님의 사람은 하나님의 말씀 안에 머물 때 행복해합니다.”
토마스 목사님의 설교가 저의 마음에 ‘심한 가책’을 느끼게 해 주었지만, 동시에 그분의 말씀이 송이꿀보다 더 달게 느껴졌습니다.
이 말씀을 묵상한 후 기도할 때에, 성령께서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지금 말씀 안에 머물고 있니? 말씀으로부터 행복을 얻고 있니? 말씀을 통하여 얻는 감동과 기쁨이 내가 너에게 주는 선물이다”
한없이 죄송한 마음으로 하나님께 회개하였습니다.
“늘 성령충만한 사역자가 되게 해 주세요”라는 기도 제목은 ‘가장 형식적인 기도 제목’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기도 제목’인 것 같습니다.
말씀을 통하여 얻는 감동과 기쁨은 전적으로 성령님의 역사이며, 하나님께서 내려주시는 선물입니다.
늘 이 은혜 가운데 머물도록 저를 위하여 기도해주십시오. 저도 여러분을 위하여 잊지 않고 기도하겠습니다.
케이프 브레튼 섬에서
이근권 목사 드림
이근권 목사는 감리교신학대학과 대학원 졸업,
성육보육원&노인요양원 원목실 담임,
에스카소니 선교, (일산)제자교회를 담임하였고,
현재는 에스카소니 & 폴롯엣 보호구역 원주민들과
케이프브레튼 한인들을 섬기고 있습니다.